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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재테크/생각과 경험

프로정신에 대한 생각

by 글우 2024. 3. 18.

살기가 힘들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직업 = 돈' 이라고 보는 시각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직업으로 버는 돈은 정확히는 내재가치를 가진 어떤 사람이 / 직장에서 / 시간을 보내는 데 대한 환산비용이다. 즉 본인의 가치를 직장에 어느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 그 봉급 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전에는 본인의 가치를 키우는 데에 집중한다기보다는 어느 시간을 쓰느냐를 컨트롤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 야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고 한 직장에 보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것 또한 당연했겠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본인의 가치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한다. 소위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본인의 가치를 더더욱 높이기 위해서 고등학교 성적, 대학 학점은 기본이고 자격증 여러 개를 준비한다던지, 토익점수 몇 점은 당연하다던지 하는 식으로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애당초 의대, 법전원(로스쿨) 과 같이 직업이 본인의 능력을 만들어주는 전문직을 선호한다. 그마저도 힘들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이전에는 소위 엘리트 집단은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등을 갔다고 알고 있다. 소위 기술, 제조업에 종사하는 분야다. 이런 분야가 발전하면 국력이 커진다. 소위 국가라는 파이 자체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아마도 애국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들의 나라(우리나라다) 가 세계시장에서 기술 강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나라를 키워냈고, 소위 한강의 기적도 이뤄냈다. 그런데 지금 엘리트는 전문직을 간다. 사법고시, 외무고시가 없어져버린 까닭에 머리 좋은 학생은 모두 이과를 가고, 그 중에서도 의대를 간다. SKY/의대반 이라고 불리던 체제는 의대반 아래에 SKY반이 됐다. 지금은 의치한약수 아래에 SKY인 것 같다. 이 전문직은 국가의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국가 내에서 본인들의 파이를 키우는 직업이다. 그러니까 '내수용' 이라는 말이다. 이런 데는 아무리 성장해도 국가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나라들도 전문직은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짧은 식견으로 보면 IMF가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IMF 이후로 대거 실직을 하며 소위 '평생직장' 이라는 개념이 없어졌고, 그 때부터 전문직에 대한 엘리트층의 수요가 증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직은 적어도 내수에서는 대체할 사람이 없기에 은퇴라는 개념이 없다. 또 부상, 소송 등 수요가 항상 있기에 (그럼에도 공급은 적기에) 월급의 절대량이 높다. 그럼 이렇게 모두가 4수, 5수를 하면서까지 전문직을 희망하고, 한편으로 자격증 여러 개를 따고 어학시험 점수를 챙기며 사무직을 희망하고, 한편으로는 공무원을 희망하는 세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를 생각해보면 중산층이 없어진다는 점이 있다. 부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말이다. 중산층이 없어지는 데 대한 생각은... 현재 미국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이는 이번 포스팅의 주제와는 맞지 않아 보이므로 skip.

 

이와는 별개로, 평생직장이 없어졌다는 말은 곧 어떤 직장에 몸을 바쳐, 뼈를 묻으면서 일할 '필요성' 이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아무리 열심히 한들 내가 여기서 나이 40되면 은퇴 압박을 받겠거니 라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월급 이상의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승진해봤자 잘릴 거라면 왜 승진을 열심히 해야 하는가? 그러므로 받은 만큼, 아니 보다 적게 일하면서 정해진 봉급을 받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MZ 세대를 생각해보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혹은 받는 월급이 부당해 보인다면(!) 이직을 고민하게 되고, 취업을 하면 받는 만큼의 일을 하려고 한다. 더 하려고는 안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는 무엇일까. '일정한 수준으로 잘 하는' 그러니까 자격증 이 정도, 어학시험 이 정도 -를 가진 사람이 양성되는 것이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본인의 능력과는 별 관계도 없는 자격증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 중에서 글 조금 더 잘 쓰면, 말 조금 더 잘 하면 취업이 되는 세상이 됐다. 전문직이라고 뭐 다르겠는가. 요즘 떠들썩한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빅5라고 불리는 데서 의사를 뽑는 요강을 보면 공부 조금 더 잘 한 사람, 영어 조금 더 잘 한 사람이 뽑힌다. 그래서 가려고 하는 과가 뭐냐. 피부과, 정형외과, 내과로 치면 소화기내과... 이런 데다. 소위 개원하기 쉬운 과다. 연구를 하려는 대학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잘 없다. 사실 대학교수가 돼도 연구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의 의사는 노동 집약적인 직업이기에(80시간도 안지켜지는 전공의의 근무 시간을 보라. 펠로우(전임의)는 근로시간을 강제하는 법도 없어서 더 일한다. 펠노예라고도 불릴 정도로.) 본인의 절대적인 내재가치를 키울 수 있는(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은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교수가 되면 더 바빠진다. 환자들은 교수만 찾으니까. 도대체 연구를 언제 하는가. 밀린 일 하기도 바쁜데.

 

그럼 전문직이나 사무직이나, 서로가 서로로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 자격증 따고, 어학점수 좀 더 잘 받고 한 사람이 매년 수천 수만 명씩 나오는데 올해 나의 자리가 내년까지 안정적일 것이라는 담보는 없다. 그러니까 더욱더 본인의 월급 보전에만, 보여지는 실적에만 신경을 쓴다. 본인의 내재가치를 키워 대체 불가한 사람으로 만드려는 노력은 잘 하지 않는다.

 

글이 굉장히 broad하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았기도 해서 중구난방인데, 정리해보면 내재가치 X 기여한 시간 = 봉급 인 세계관에서 이전에는 기여한 시간을 늘려 봉급을 늘렸다면 요즘은 내재가치를 키우려는 추세를 보이는데, 그것도 어느 선까지만 키운다 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제 봉급은 어느 정도로 한계가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물가는 매년 오른다는 점이다. 그럼 봉급은 같은 생활을 영위함에도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타이밍이 오게 되고, 이런 현상이 천천히 지속되다가, 최근에 코로나로 인한 소비위축에 따른 양적완화, 이후 인플레이션이 온- 요즘이 그 타이밍인 것 같다. 이전까지 지속되어오던 봉급 수준으로는 중산층이 아니라 서민층에 가게 생겼고, 봉급을 늘릴 필요성이 증가한 것이다.

 

봉급을 늘리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상기한대로 내재가치나 직장에 기여한 시간을 늘리는 고전적인 방법이 있고, 부업(세컨잡)을 해서 봉급에 +a를 붙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부의 추월차선>에서 저자가 주장하던 대로 사업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업이 대세다. 기사로도 나왔다. 직장인의 반수(半數) 이상이 부업을 한다. 그래서 부업에 대해 알아보면 키워드가 다 이렇다. '블로그로 월 100 달성하는 방법', '스마트스토어 부업으로 월 300 달성하기'... 그런데 이런 방법이 과연 쉬운가? 아니다. 해보면 느껴진다. 매일 하나씩 글 쓰는 것도 일이고, 스마트스토어로 팔기 위한 물건을 찾는 것도 발품을 필요로 하고, 홍보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쓰인다. 결국 또 하나의 노동을 하는 셈인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프로의식을 찾아볼 수 있을까. 본인의 맡은 바 일이 있으면 그 일의 본질을 해내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 필자는 그렇게 프로의식을 정의하고 싶다. 블로그를 쓰면 본인만의 생각, 경험이나 지식을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본질이고, 스마트스토어는 단순히 도매상과 소비자를 매개하면서 돈을 버는게 아니고 본인이 갖고 있는 특이한 물건을 파는 것이 본질이었을 테다. 학생이라면 부업으로 과외를 할 때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실천하는 것이 본질일 테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인과 사회는 이런 프로의식보다는 단순히 같은 일을 하면서 돈을 더 잘 주는, 혹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서, 남들 하는 대로 할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필자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 길을 걸을지를 고민해보며 이 글을 쓴다.